~ 201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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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내가 읽은 책은 위에 있는 개정판이 아니라 1999년에 나온 초판본이다.
예전에 참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다.
그런데 다시 읽으니 모든 게 새로웠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어도 영화를 보아도 그 내용을 오래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뇌세표가 하나씩 죽어가는 게 아닌가? 혹시 치매의 초기 증상?
읽은 책을, 읽었던 것도 모르고 다시 읽다가 왠지 익숙해서 이미 읽었던 책인 줄은 깨달았으나 다음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끝까지 읽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내가 읽었던 책 맞나 싶게 새로웠다.
얼마 전 이번 방학에 강원도 바우길에 가려고 바우길 까페에 들어갔다가 까페지기인 이순원님과 뜻하지 않게 채팅을 하게 되었다.
유명 소설가와의 채팅이라....왠지 떨렸고, 이순원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은 있으나 내용이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이순원님의 소설을 다시 읽어보기로 하고, 처음 잡은 책이, 이순원의 소설 중 내가 최초로 읽었던 '19세'였다.
이 첵에 감동을 받아 그 이후 이순원 소설을 몇 개 더 읽기도 하였으나 다른 작품은 크게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성장소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책 중 하나다.
박현욱의 '동정 없는 세상'이나 은희경의 '새의 선물',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등...
대개의 성장소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어린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 심리적으로 받는 상처...이런 것들을 따뜻한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극복해 내면서 성숙해 가는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감동시킨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정수는 둘째 아들이다. 너무나 공부 잘하는 형 때문에, 그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심에, 공부를 못하지도 않으면서 공부를 포기하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부모님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형의 동생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서고 싶은 것이다.
이해심 깊은 아버지를 만나 정수는 자신의 뜻을 이루지만(대관령에서 배추농사와 감자 농사를 짓는 것. 경제력을 가지는 것, 곧 어른이 되는 것) 결국 2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그 사이엔 그 나이의 소년이라면 누구나 겪을 성적 호기심에 관한 '친구 집에 갔더니, 친구는 없었고 친구 누나가 혼자 있었다.'는 이야기도 물론 끼어 있다.
무엇보다 문체가 재미있다. 특히 이제는 40대가 되어 아들을 두고 있는 아버지의 시각에서 쓰여진 '주'와 '주'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한 부분('주'는 내용의 이해를 위해 쓰여져야 하는데 마치 자신의 가방끈 긴 것을 자랑하기 위해 쓰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에 대한 비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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