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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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의 적작 '고래'는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책 한 권에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담을 수 있는지...
또 새롭고도 재치 있는 문체와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신화(설화) 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사실인 것처럼 들려줄 수 있는지...
'희대의 이야기꾼'이란 수식어가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래서 나는 천명관의 다음 작품이 나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이 소설은 '고래'와 같은 신선한 충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뿔뿔이 분가했던 50이 다 된 자녀들(한모, 인모, 미연)이 다시 엄마 밑에 모여 살게 된다.
그들을 현대 사회의 루저들이다.
(그나마 화자인 인모가 많이 배우고(대졸) 사회에 편입하기에는 가장 조건이 좋은 편이다.)
그들은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서로 간에 형제애도 없다.
심지어 알고 보니 이복 형제 이부 형제였다.
그야말로 밑바닥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천명관은 이 아무 희망도 없어보이는 가족들이 좁은 집에서 서로 부딪치며 치를 떨게 서로 미워하면서도 조금씩 형제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 힘은 엄마의 사랑이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좀 유치한 듯도 하지만, 인생이란 원래 유치한 것인 것 같다.
엄마가 그들에게 특별한 것을 해 준 것도 아니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숭고한 사랑만을 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런 엄마도 아니다.
외간 남자와 눈이 맞아 가출하여 딸 미연을 낳아 데리고 들어온 경험도 있고,
야매로 이쁜이 수술도 받은 적이 있다.
그저 다 큰 자식들에게 열심히 밥 해 주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다 감싸주는 것이다.
이 별것도 아닌 일이 그들에게는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이다.
얼굴에 쓰여 있는 글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고도 독특했다.
조카 민경 : 죄송하지만 저 성질 좀 있거든요
여동생 미연이 세번째 결혼한 남자 근배 : 생활력
미용사 수자씨 : 과거를 묻지 마세요
에로 영화 조감독 : 좀더 벌려 봐
최선배 : 난 이제 내려가는 중입니다. 그러니 더이상 나에게 신경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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