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8.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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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암살하는 시나리오를 쓰는 남자가 있다.
그는 진정한 암살이란, 절대 그의 죽음이 살인에 의한 것이라고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회사의 존재,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여 아무도 그 실체를 알지 못하고,
나아가서 그냥 평범하게 사는 사람은 모두 다른 누군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한다.
하나하나의 이 세계의 구성원들이 모여 거대한 암살 조직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 암살집단은 밝혀 낼 수도 없애버릴 수도 없는 존재다.
이를테면 콩고에서 휴대폰의 재료가 되는 콜탄을 사는 국가(또는 기업),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을 바꾸는 사람들은 모두 콩고의 내전으로 인한 수만 명(또는 그 이상)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팔아서 무기를 사서 그들이 서로 죽이므로...
그렇다면 내가 휴대폰을 바꾸지 않는다고 그들이 죽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이 이 세계이다.
너무나 거대한 조직으로 모든 것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받아들이거나 체념할 수밖에 없다.
-심사평에서 발췌
당선작인 <컨설턴트>는 완전범죄로 살인을 하기 위한 '킬링 시나리오'를 대신 써주는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일삼는 사회나 구조에 대해 비판한다.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이른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태를 알레고리적으로 보여주면서 구성원 개인의 자각과 저항까지도 유도하는 결말이 진지함과 깊이까지 담보하고 있다.
존재 자체가 원죄인 구성원들의 실존적 딜레마를 강조함으로써 손쉬운 사회 비판으로부터 벗어난 것도 장점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눈을 돌리면 어디에나 회사가 있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수의 사람들이 회사의 직원으로 존재했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이 회사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회사는 정말 거대했으니까.
어제 먹은 커피믹스가 누군가를 찌를 칼로 별할지도 몰랐다.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보이지 않는 회사의 그물은 이미 우리 삶을 송두리째 지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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