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0.5.24(월) 시

신정은 2010. 5. 24. 09:39

 2010.5.24(월) 5시 35분

구로CGV 

 

    

 주인공 미자는 67세이고, 평생 풍족하게 살아본 적 없지만, 항상 아름답게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그 나이에 시쓰기를 배우러 다닐 만큼 미자는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외손자가 집단 성푹행에 연루되면서 미자의 일상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함께 연루된 아이들의 부모님들과의 모임에서 미자는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돌출된 행동을 하고,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사정을 하러 가서는 다른 얘기만 하다가 돌아온다.

 미자에게는 손자가 성폭행을 하고 그리고 피해자가 자살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었을 게다. 더구나 미자는 손자에게 몇 번이나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었는데도 손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미자의 갈등과 괴로움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가슴이 아프게 와 닿았다. 혼자 울 때, 김노인을 찾아가서 옷을 벗을 때, 그리고 또 김노인을 협박해서 500만원을 받아올 때 미자의 심정이 충분히 느껴졌다.

 결국 미자가 선택한 방법은 손자를 경찰에 고발하고 자살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피해자(아네스)가 자살한 강을 바라보는 미자. 그리고 끝없이 흐르는 강물과 함께 '아네스의 노래'라는 시가 소개된다.

 134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극적인 사건도 없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깊이 몰입되어 영화 속에 빠져 들었다.

 마지막 장면에 나왔던 미자의 자작시 '아네스의 노래'를 소개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고 쓴 것이라고 하는데 모든 먼저 간 사람들을 위한 시가 아닌가 한다.

 

아네스의 노래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그 오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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