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해피시어터
볼 때는 재미있었는데 마지막에 멍~해진다.
이게 뭐지?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퍼즐이 맞춰진다.
사이먼은 형인 피터를 죽이려고 계단에서 밀었고, 차에 태워 가다가 트랙터와 부딪쳐 교통사고를 당한다.
관객은 피터가 죽고 사이먼이 살아남은 것으로 알지만, 사실 죽은 것은 사이먼이었던 것이다.
이 연극의 원제목은 'The point of Death'라고 한다.
이 제목이 의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다.
모든 이야기는 죽기 전 사이먼의 머리속에서 일어난 이야기인 것이다.
사이먼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 죽었다고 판정을 받았고, 그 이후 실제로 그가 죽을 때까지 그의 의식 속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그러니까 아내도, 애인도, 간호사도, 트래비스(트레비트)도, 의사 모리스(모리슨)도 모두 사이먼의 의식 속의 인물일 뿐이다.
많은 복선들이 있다.
사이먼의 옆 침상에 있다고 하던 숯검뎅이 한나드-사이먼이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친 것을 암시한다.
한나드가 곧 사이먼의 중간 이름이다.
트레비스가 사이먼에게 종소리에 대해 말하고 걸어나갈 때 다리를 절면서 나간 것-형인 피터가 다리를 다친 것이다.
사이먼이 종종 듣는 종소리- 피터와 사이먼이 어린 시절에 형과 함께 종에 돌을 던지며 놀 때 듣던 종소리다.
간호사가 사이먼에게 피터가 죽지 않았는데 죽었다고 판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전해줌-사이먼이 죽지 않았는데 죽었다고 판정을 받은 것이다.
사이먼의 집은 아주 부자인데 부모님이 피터를 편애하여 재산을 피터에게만 물려주었다.
피터는 백혈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사이먼에게 모든 재산을 남긴다는 유서를 쓴다.
그런데 사이먼은 그것을 모르고 질투심에, 또는 재산을 가지려는 욕심에 형인 피터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이먼의 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런 사이먼의 죄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내 안나는 사이먼의 죄의식이 만들어낸 인물이다. 자신의 중간 이름 한나드를 변형시킨 이름이다.
그래서 사이먼은 안나를 목졸라 죽이는데 그것은 사이먼 자신의 죄(또는 죄의식)를 없애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추가>
다른 분들이 쓴 리뷰를 보니까 열심히 본다고 봤는데도 놓친 부분이 많다.
15살 때 처음 섹스를 한 상대 여자가 황산으로 등이 모두 타버렸다는 말을 할 때 사이먼이 전혀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것이 사이먼의 성격을 드러낸다는 것.
20:00~20:02(2000년~2002년) 2분 동안 사이먼이 코마 상태였다는 것-이것이 사이먼이 오락가락하는 2년의 시간을 의미한다.
심장제세동기 4번과 종소리 4번은 무슨 관계일까? 심장제세동기를 사용할 때 '클리어!'라고 하는데 그것으로 인해 형의 애인 이름이 '클레어'가 된 것일까.
가장 의문인 것은 2013년에 사이먼이 죽음을 판정받았고, 마지막에 등장한 간호사의 '안녕, 여보'라는 대사이다.
사이먼이 한나를 죽인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자신 내부의 죄의식을 없앤 것인가?
<추가2>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아서 영화 '아이 인사이드'를 다운 받아서 봤다.
영화는 조금 더 단순하다.
클레어는 형의 약혼자였지만, 사이먼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그것을 알게 된 형과 다투다가 형 피터는 계단으로 떨어지게 된다.
사이먼은 형을 차에 싣고 바다에 버리려고 하다 실패하고 다시 형을 태운 채 밤에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 사실을 기억해낸 사이먼은 잘못된 일을 바로 잡으려 한다.
마치 '나비 효과'처럼...
클레어가 유혹하는 것을 물리치고 형과 화해하려 하지만 형은 이번에도 계단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사이먼은 형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사이먼은 역시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충돌한 차가 클레어의 차였다.
그래서 클레어가 죽게 되고, 사이먼은 이것 역시 자기가 원하던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쪽이든 결론은 사이먼이 죽었다는 것이다.
.
'연극 뮤지컬 오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11.26(화)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0) | 2013.11.28 |
---|---|
2013.11.17(일) 바냐 아저씨 (0) | 2013.11.17 |
2013.9.27(금) 모범생들(연극) (0) | 2013.09.28 |
2013.7.28(일) 몬테 크리스토(뮤지컬) (0) | 2013.07.29 |
2013.5.26(일) 라오지앙후 최막심 (0) | 2013.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