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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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래생은 자객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설계자가 설계하면 그 설계대로 마무리하는 게 직업이다.
이 소설은 우선 재미가 있다.
문장이 깔끔하면서도 잘 읽히고, 내용이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정말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이런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실이 아니라 믿고 싶지만, 한 편으론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설계자의 한 사람인 미토가 이 모든 것을 종식하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래생은 알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게 되고, 필연적으로 그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설계자들 위에는 그들을 설계하게 만드는 누군가가 있고, 그를 없앤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또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고, 이 순환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그 의자는 '빈 의자'이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이 사회의 시스템이 그렇게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어느 면에서 임성순의 '컨설턴트'와 비슷하다.
'컨설턴트'가 설계자를 주인공으로 했다면, 이것은 자객을 주인공으로 했기 때문에 좀더 피부에 와 닿고, 자극적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이 지구가 엉망인 건 사람들이 악하기 때문이 아니야, 모두가 그럴듯한 사연과 변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북극곰은 북극에 살고 있고, 북극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북극곰인 거야.
(우리도 우리가 사는 이 지구, 이 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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