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이 로맨스 소설인가... 의문이다.
'좀비'를 공포의 소재로 이용하지 않고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재로 이용한 것이 독특하다.
좀비 청년과 인간 소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사랑'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인간은 좀비가 되어 가고 있었고, 얼마 남지 않은 인간들은 일정한 장소에 모여 좀비와 싸우며 살고 있다.
미래는 암울하고 결국은 모든 인간이 좀비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좀비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변화가 시작된다.
변화가 시작되는 것은 좀비답지 않은 좀비 R이 인간 소녀 줄리를 좀비들의 소굴, 공항에 데려오면서부터이다.
자신의 남친을 먹은 좀비를 이해하는 줄리. 언젠가는 보통 사람이었을 R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한다.
여러 가지 장애가 가로막았지만-줄리의 아버지 그리지오 장군(융통성 없이 모든 좀비를 죽여버리려는 사람), R의 좀비로서의 본능(인간을 먹는), 좀비 세계의 통치자 보니들의 훼방 등-그들은 결국의 세상의 변화를 이뤄내기 시작한다.
R은 다시 피가 흐르고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그를 따르는 수백 명의 좀비가 생겨난다.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
산 자와 죽은 자의 구별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의 문제.-그리지오 장군은 생물학적으로 살아있지만, 오히려 변화를 일으키는 좀비들보다 더 죽은 자에 가깝다.
산 자들이 모여 사는 스타디움은 납골당에 비유되고, 좀비들이 모여 사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공항이다.
공항이란 전 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곳이다.
어떤 변화도 받아들이기에 가장 쉬운 곳이 아닌가.
사실 주제 의식은 다소 진부하다.
사람을 멸망시키는 것도 그들 자신이고, 다시 부활하게 만드는 것도 그들 자신이라는 것.
모든 것에 대해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
이 진부한 주제를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여 진부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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